
현대적 시프레, ‘살롱 드 파리’를 읽다
향기가 언어라면 어코드(accord)는 문법입니다. 향기 계열로 해석되는 어코드는 조합된 향의 특징을 뜻합니다. 조향사들은 이 문법에 따라 향수 분위기를 만들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하죠. 같은 향료를 사용해도 수만 가지 시트러스 향기가 탄생합니다.
셀바티코 ‘꼼뜨와 드 떼’는 쌉쌀함이 가미된 시트러스 어코드입니다. 같은 우디 어코드여도 ‘포레 드 퐁텐블로’는 청량함, ’수보아 드 생제르망’은 포근함이 강조됐죠. ‘살롱 드 파리’의 어코드는 다소 생소한데요. 플로럴 시프레(Cypre)입니다.
시프레는 1917년 조향사 프랑수아 코티가 정립한 어코드입니다. 지중해 사이프러스(Cyprus) 섬 분위기를 담은 그의 작품 ’시프레’가 인기를 얻었고, 이 향 조합은 새로운 문법이 됐습니다. 시트러스 탑 노트, 플로럴 미들 노트, 오크모스를 중심으로 한 베이스 노트가 바로 그것이죠.
1919년 자크 겔랑이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미츠코(Mitsouko)’를 내놓으며, 시프레 어코드를 한층 발전시킵니다. 그후, 많은 브랜드가 시프레 계열 대표작을 내놓고 있죠. 샤넬 ’31 뤼 깡봉(31 Rue Cambon)’, 디올 ‘미스 디올(Miss Dior)’ 등입니다.
시프레 향기는 19세기 프랑스 벨 에포크 시대의 살롱을 중심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문화적으로 찬란하던 시기, 우아한 무드를 가진 시프레 향기는 예술가들의 영감을 채우기에 충분했죠.
셀바티코 ‘살롱 드 파리’는 그 때 감성을 담았습니다. 베르가못, 레몬에 이어 장민, 자스민, 오스만투스가 풍성하게 꽃 피웁니다. 차분하게 가라앉는 패출리, 머스크 향기와 부드러운 통카 빈 잔향까지. 시간이 흘러도 읽고 싶은 고전적인 향기, 세련된 무드를 풍기는 ‘살롱 드 파리’를 느껴 보세요.
글 | 정원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