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에 관한 제법 진지한 대화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북 큐레이팅 채널 ‘힙스터지망생’ 운영자
2026년 1월 28일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양장본
셀바티코의 ‘되찾은 시간’ 향수 라인의 영감이 된 마르셀 프루스트의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평가 받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은 많지 않다. “다리 다친 사람 아니고서야 읽기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프루스트는 14년에 걸쳐, 총 7권에 달하는 분량을 써냈다. 긴 분량 탓에 국내에서는 13권으로 출판되었다. 문장도 길고 난해하여 읽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없다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한 북 큐레이팅 채널 ‘힙스터지망생’ 운영자를 만났다.
정말 궁금한 질문을 할게요. 도대체 어떻게,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게 됐나요?
- 대학교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원하는 교양을 들어보자 싶었죠. 한 학기 동안 발표도 시험도 없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게 끝인 강의가 있더라고요. 책을 강제로 읽을 수 있겠다 싶어서 고전 문학 큐레이팅 채널 운영자로서 도전했죠.
그런데 정말 쉽지 않았어요. 말도 안 되게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문장이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 채널 공지방에 읽으면서 좋았던 문장을 공유했거든요. 그걸 올리다 보니까 1권, 2권, 3권, 그렇게 마지막 권까지 가면서 팔로워들과 함께 완독한 느낌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읽고 있는 책의 좋은 문장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 채널 공지방
완독해보니 명작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게 됐나요?
- 처음에는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어요. 유명하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했죠. 내용이 굉장히 위대할 줄 알았어요.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처럼요. 그런 느낌을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렇지 않았어요.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 보면 주인공이 굉장히 평범하고, 솔직히 평범함을 넘어 찌질할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그 모습이 현실적이기도 하죠. 재미는 있었지만 내용 자체가 위대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그러다 마지막 권을 읽으며 정말 위대한 책이라고 느꼈어요.
기나긴 책의 마지막에 가서야!
- 작품 속 주인공의 꿈은 작가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마지막 권, 주인공이 나이가 들 때까지 변변한 작품을 내지 못하거든요. 자기 인생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끼고 한탄하는데요. 그때 이 소설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 나오죠. 마들렌 한 조각을 먹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죠. 그리고 행복을 느끼게 돼요.
이런 비의지적인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미처 잊고 살았지만 자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순간들이 많이 남아 있음을 깨달아요. 그리고 그러한 순간을 다시 현실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하는 게 자신이 작가로서 가지는 소명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지나간 삶이 예술 작품의 토대임을 깨달았다.” 이런 문장이 나와요.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것을 주제로 책을 쓰기로 한 거죠. 계속 말했듯이 주인공은 굉장히 평범하고 찌질한 사람이란 말이죠. 그런 사람의 인생으로 이런 작품을 써냈으니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도하기 쉽지 않지만, 읽고 난 사람들은 하나 같이 명작이라고 하더라고요.
- 중간에 이런 문장도 나와요.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돋보기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프루스트가 자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과정을 통해, 독자들 또한 자신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거죠.
대단한 소재가 아니어도, 우리 모두의 평범한 삶이 또 하나의 위대한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지막 권을 읽고나서 여운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마지막 권에서야 그걸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에디터가 힙스터지망생 운영자를 만나야겠다고 결심하게 한 게시물
추천하시나요?
-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언급돼요. 교도소 복역 중인 사람이 아닌 이상 읽기가 힘들다고… 그래도 저는 추천해요.
대신 이렇게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문체가 취향에 안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럼 1권에서 바로 아실 거예요. 처음부터 끝까지 문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못 읽겠다 싶으면 1권에서 하차하면 돼요.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문장도 마음에 들고 프루스트의 말이 좋다 싶으면 끝까지 읽어보세요. 반년에서 1년 내외로 읽을 각오를 하고요.
눈을 뜬 순간부터 이어진 일과를 잠깐의 틈도 없이 소화한다. 생각하고 감상할 여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잠깐의 틈도 없이 마무리한 날이면, 어쩐지 그날 하루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다.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어 밝혀진 삶, 따라서 온전히 살아낸 유일한 삶, 그것이 문학이다.” 그가 되찾고 싶었던 건 휩쓸리듯 살아냈던 모든 날이 아니었을까.
살아간다는 건 하루치 사건과 사람, 그 안에서 태어나는 대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감상을 모아 ‘몇 월 며칠’의 기억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모든 하루 끝, 생각할 틈이 주어지길 바라며 이 대화를 당신에게 보낸다.
인터뷰·편집 | 정원진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