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의 시간을 담는 사람


구본희 포토그래퍼


2026년 4월 30일

구본희 작가 첫 개인전 <IN BETWEEN> 포스터

나이 끝자리에 9라는 숫자를 두게 되면 괜히 생각이 많아진다. 바뀌는 것이야 겨우 숫자일 뿐인데 말이다. 다음해 나의 삶은 어떻게 될까. 상상할 수 없다. 겪어본 적 없기 때문이다. 처음이기 때문이다.


9와 0 사이의 시간을 사진에 담아낸 포토그래퍼가 있다. 상업과 예술을 넘나들며 사진 찍는 구본희 작가를 만났다. 첫 개인전 <In between>을 마친 직후였다.


첫 개인전 <In between>을 보고 위로 받았다는 후기가 많아요.


- 신기한 점은 혼자 와서 오래 머물다 가는 분들이나 재관람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작가 상주 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 주시면서 울컥하는 분들도 계셨고요. 끝날 즈음 긴 방명록을 남겨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전시회에 방명록 두 권을 놓아두었는데, 시간 날 때 온전히 집중해서 읽어보려고 해요.


9에서 0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사람으로서 <In between> 이라는 제목부터 공감됐어요.


- 9는 숫자 중 가장 큰 수죠.  0은 비움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어요. 채움과 비움 사이 어딘가를 살아가는 것 같아서 그걸 주제로 삼았어요. 제게도 서른아홉이라는 나이가 다르게 느껴졌어요. 지난해는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고, 스튜디오 운영 9년 차에 쉬지 않고 달려온 것에 대한 중압감도 있었죠. 처음으로 ‘잠깐 비워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때예요.

© 2026. 구본희 All rights reserved.

이번 전시에서 공개한 신작 속 하얀 눈이 편안해 보였어요. 비워낸 마음인 걸까요?


- 비워내니 마흔이라는 숫자가 도화지 같았어요. 도화지의 표면이 눈의 표현을 연상케 했고요. 영화 〈러브 레터〉가 떠오르면서 생각이 자연스럽게 삿포로로 흘렀어요. 멀리서 봤을 때 무엇이 쌓여 있는지 모를 눈의 표면을 포착하려 노력했죠. 눈이 쌓여도 그 아래 있는 형태나 시간들이 없어지지 않잖아요. 서른아홉 살까지 쌓아온 것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비움은 또 다른 채움의 시작이겠죠. 작가님이 마주한 변화가 궁금해요.


- 스튜디오 이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여러 가지로 정리를 해야 하는 지점에 있었죠. 큰맘 먹고 비워내려고 하는 순간에 연애 프로그램 제안을 받았어요. 여러 번 거절하다가 ‘있던 지도 몰랐던 문, 안 열어본 문이 있다면 열었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제게는 쉽지 않았고, 서른이 되어서도 연애 경험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요.


제작진 분들도 좋았어요. 전문직 여성들이 왜 아직 결혼과 연애를 하지 않고 살았는지, 그리고 감정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상황을 설정해 주셨어요. 촬영 중에는 매일 저녁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그날그날 정리되지 않은 감정을 이야기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저는 힘들어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편이 아닌데, 물어보니까 답하게 되더라고요. 이후에 제 자신에 대해 더 솔직해진 것 같아요.


그런 중에도 사진과의 관계는 변함 없을 것 같은데요. 스튜디오를 운영한 지 10년 되었다고요.


- 보통 카메라에 담기는 건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예요. 어둡거나 부정적인 부분을 좋은 것으로 찍어달라고 의뢰하지는 않더라고요. 좋은 제품을 담아내고 결과물도 바로 나오고, 그 과정이 즐거워요. 물론 재미있지만은 않죠. 허리를 굽혀 밤새 보정하고, 촬영 중 무거운 장비를 옮기는 중노동을 해도 결과물이 나오면 다 괜찮아져요. 결국, 좋아해서… 10년 동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학창 시절 콤팩트 카메라로 친구들을 많이 찍어줬어요. 20대가 되어서도 제가 찍어준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하는 것을 보며 행복해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사진을 업으로 삼을 생각은 못 했어요. 첫 사회생활은 디자이너로 시작했어요. 그러면서도 사진을 좋아하니까 개인 모델들과 작업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어느 날, 카페에서 조심히 찍고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자유롭게 찍으라고 2층을 다 비워주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연애하는 것보다 더 벅찬 떨림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나 사진 해야겠다…!’

셀바티코 협업 작품 앞에서 구본희 포토그래퍼

그 떨림에서 첫 전시를 열기까지, 사이의 시간에 셀바티코 작업도 있었죠?


“Body is Nature”라는 촬영 콘셉트를 전달받았을 때, 제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흐르는 대로 모델과 호흡하며 순간들에 집중해 담자는 마음이었어요. 자연과 있는 그대로의 몸짓을 담아내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꾸며진 것보다 자연스럽게 포착하고 싶었어요. 함께 작업한 모델과 이전에 합을 맞춰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교감이 잘됐다고 생각해요. 그 신뢰가 결과물에도 담긴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서도 셀바티코와 작업한 작품이 많은 분들에게 반응이 있었어요. 그중 한 점이 판매되기도 했고요. 서로 결이 잘 맞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셀바티코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중의적인 의미로 ‘자연’ 같아요. 자연적인(Nature), 자연스러운(Natural).


상업과 예술 사진을 넘나들고 있는데요. 두 작업은 각각 어떤 매력이 있나요?


상업 사진 작업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이 명확하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저도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나인본 스튜디오만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이끌어내요. 예술 사진은 저의 의도가 담긴 기획을 하기 때문에 해소하는 느낌에 가까워요. 커피를 예로 들자면, 상업 사진은 바리스타가 정성스레 내린 한 잔을 손님에게 내어주는 느낌이고, 예술 사진은 나의 취향을 담아 만든 한 잔 같은 거죠.


다시 시작된 페이지는 어떻게 채울 예정인가요?


한 챕터를 정리한 느낌이에요. 당장 일에 대한 큰 압박에서 벗어나 멀리 보게 됐어요. 열심히 하는 것은 기본값이 되었고, ‘나’를 챙기게 됐죠. 나를 위해 좋은 것도 써보고, 운동이나 명상도 하고요. 운동이 이렇게 좋은 건 줄 몰랐어요. (웃음)


마지막으로 특별하게 좋아하는 시간과 장소를 추천해주실래요?


한강 잠수교 가기 전에 윤슬이 예쁜 곳이 있어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가서 촬영할 예정이에요. 날 풀리면 캠핑 의자 가지고 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윤슬을 바라보고 싶었는데, 오늘이 딱인 것 같네요.



인터뷰 끝에 마음에 한줄기 미미한 바람이 일었다. 조금 더 단단해진 어른에게서 느껴지는 편안함이 전해졌다. 능숙한 척 살아가다가, 새삼 모든 게 어려워지는 순간을 만날 때면 훌훌 털고 일어나 비워내 봐야겠다. 삶은 채우는 과정이 아니라, 채우고 비워내는 과정이란 구본희 작가의 말처럼.


인터뷰·편집 | 정원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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