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러브레터>:
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하얀 설원이 그려지는 영화 <러브레터>. 이와이 슌지 감독은 <러브레터> 영화와 소설을 거의 동시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글자씩 정성 들여 써 내려간 편지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유일 겁니다.
오랜 시간 동안 <러브레터>는 첫사랑 영화로 회자됩니다. 중학생 이츠키는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을 책 사이에 끼워 넣습니다. 도서대출카드 뒷면에 좋아하는 상대의 얼굴을 그림으로 남기죠. 그 마음은 10년이 지나 상대에게 도착합니다. 늦게 도착한 러브레터인 셈입니다.
전해지지 못한 고백을 품은 채 오랜 시간 서가에 꽂혀 있던 책, 그 제목이 익숙합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며 깨닫습니다. <러브레터>는 기억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는 사실을요.
갑작스런 편지 한 통을 계기로 <러브레터>의 등장인물들은 지난 시절의 기억을 되짚습니다. 프루스트가 마들렌 조각과 홍차 한 모금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 것처럼 말이죠. 지난 날을 돌아보는 계기는 대단한 게 아닐지 모릅니다. 편지 한 통, 마들렌 한 조각 같은 것이죠.
<러브레터>를 보고 영화관을 나오자 찬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바람 한 줄기가 참 생생했습니다. 기분 좋은 소음과 사람들이 가득한 거리를 걸으며 생각했습니다. 시간 지나 바람 부는 어느 겨울날, 오늘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고요. 기억은 지금도 그렇게, 켜켜이 쌓여 가는 중이겠죠.
글 | 정원진 에디터
겨울에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숲의 향을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