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사 아멍딘 갈리아노
향기에 기억을 담는 방법
셀바티코는 프랑스 헤리티지 기반의 프리미엄 향기 브랜드입니다.
우리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다층적인 향기를 만듭니다. 향의 복합미를 구현하기 위해 175년 전통의 프랑스 향료 기업 로베르테와 협업합니다.
향수의 도시 그라스(Grasse), 그곳에서 향기에 기억을 담는 조향사를 만났습니다. 그와 나눈 향기로운 대화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멍딘 갈리아노(Amandine Galliano)입니다.
당신을 소개해 주세요.
로베르테에서 15년 동안 조향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향수의 수도라고 불리는 프랑스 그라스에서 태어났어요. 할아버지도 향수 산업에 종사하셨죠. 덕분에 어린 나이부터 다양한 향기를 맡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향기 맡는 일이 직업이 되었네요!
네, 큰 기쁨이자 행운이죠. 무한한 향의 조합으로 지루할 틈이 없어요. 제가 매일 다르게 느끼는 즐거움을 향기를 맡는 사람들에게도 전달하고 싶어요. 제가 조향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기도 하죠.


셀바티코의 향수이자 당신의 작품 ‘살롱 드 파리’를 소개해 줄래요?
살롱 드 파리는 프루티하면서도 플로럴한 향이 매력적이죠. 베르가못, 만다린의 향과 자스민, 장미 향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거기에 패출리와 우드 향이 감각적인 분위기를 더해줍니다. 시크하고 우아한 세련미를 잘 나타내죠.
오랜 역사를 가진 시프레(CHYPRÉ) 향기를 재해석한 거죠?
시프레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벨 에포크 시기, 살롱을 중심으로 유행하던 향기입니다. 사회, 경제, 그리고 기술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던 역동적인 시기였어요. 동시에 여성이 더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때죠. 복장도 다양해지면서 패션 하우스가 향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향수와 오트쿠튀르가 어우러져 샤넬 넘버5 같은 걸작도 탄생했죠.
고전의 재해석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저는 패션과 향수 모두에 애정을 갖고 있기에 더욱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살롱 드 파리에 벨 에포크 시대의 클래식하고 로맨틱한 감성에 더해, 자유로움을 담는 것이었습니다. 독립적이고 우아한 여성들이 저에게 큰 영감을 줬죠.
또 다른 작품 ‘포레 드 퐁텐블로’는 어떤가요?
포레 드 퐁텐블로는 머스크, 베르가못, 오렌지 향이 상쾌하게 퍼지는 향수인데요. 시더 우드 향이 중심을 이루며 약간의 흙내음이 코끝에 맴돕니다. 거기에 패출리와 이끼 향이 더해져 숲을 연상시키죠.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 <퐁텐블로의 숲>을 향기로 표현했죠. 창작 과정이 어렵지 않았나요?
저는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에서 자랐어요. 그 기억을 되살리고자 했죠. 포레 드 퐁텐블로의 향기를 창작할 때 제가 의도한 것은 인간과 자연을 다시 연결하는 것이었죠. 우리가 자연을 거닐 때 느끼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감정을 담고자 했습니다.
두 향수에 공통적으로 쓰인 향료가 있어요. 패출리를 좋아하나요?
패출리는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향입니다. 제가 아빠와 처음으로 추출한 향기거든요. 마른 패출리 잎을 저의 손에 건네 주며 아빠는 향료 추출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셨어요. 정말 특별한 기억이에요. 물론 패출리가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감각적인 향이기도 하고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는 향기, 셀바티코 향수의 영감이 된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마들렌 같군요. 이 책을 읽어 봤나요?
오래 전에 읽었지만 강렬하게 남아 있는 책이에요. 작가가 마들렌 향기를 맡고 어린 시절의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을 담고 있죠. 그 장면은 저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고, 지금까지 조향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두꺼워서 많은 사람들이 읽다가 포기하는 것으로 유명한 책이죠. 읽기에 어렵지는 않았나요?
아마 학창 시절, 15살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흥미로운 프랑스 고전 작품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사실 저는 추리 소설을 더 좋아해요. (웃음) 스릴, 미스테리처럼 약간의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는 책을 선호하죠. 가끔은 그런 느낌을 제 향수에서 재현하기도 합니다. 놀라움을 주는 향 말이죠.
당신에게도 되돌아 가고 싶은 시절이 있나요?
이혼하고 여행을 시작했을 때요. 영국에서 살아 보기도 하고 나라를 옮겨 다니며 여행을 했어요. 그때 제 인생이 변하기 시작했다고 느낀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세상에 대한 눈을 떴죠. 돌아갈 수 있다면 자유롭게 여행하며, 그 경험으로 향기를 만들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 시절을 향기로 만든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나무나 가죽 향을 담고 싶네요. 그 시기의 저는 꽤나 대담했거든요. 우디향을 중심으로 약간의 독창적인 느낌을 주는 바이올렛향을 더하면 어떨까요. 깔끔하고 우아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향을 만들겠어요.
글 | 정원진 에디터
오 드 퍼퓸 4종
네 가지 향기에 얽힌 기억을 찾아서